나는 매일 아침 식사로 통밀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다. 오늘도 전날 먹다 남은 땅콩버터를 꺼내 갓 구운 빵에 발랐다. 그런데 한입 베어 먹은 순간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으아, 짜!”
알고 봤더니 내가 꺼낸 종지는 된장이 담긴 그릇이었다. 땅콩버터와 색깔이 비슷해 의심 없이 꺼내 먹은 것이었다. 바보 같은 내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웃느라 정신없었다. 분주한 아침에 내 실수로 한바탕 웃는 가족들을 보니 과거에 내가 했던 작은 실수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신혼 시절, 하루는 아파트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설탕을 얻으러 내려오셨다. 친구들이 놀러 와서 커피를 대접하려는데 그만 설탕이 똑 떨어져 빌리러 오신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작은 통에 하얀 설탕을 담아드렸다. 얼마 후 아주머니가 다시 내려오셨다.
“새댁, 이거 설탕이 아니라 소금이네.”
아주머니는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요. 고마웠어요” 하고 인사하셨지만 순간 어찌나 죄송한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대학 시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자취방에 전화기가 없어서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했다. 집 앞에는 두 개의 부스가 나란히 붙어있었는데 옆 부스에 있던 젊은 남자가 통화가 끝났는데도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며 가지 않았다. 분명히 내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이놈의 인기란!’ 하고 한껏 우쭐해진 기분으로 통화를 끝내고 부스에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티셔츠를 뒤집어 입으셨네요.”
시력이 매우 안 좋았던 내가 옷의 안쪽과 바깥쪽을 바꿔 입었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단단히 착각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공적인 일에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평소엔 허당 같은 면이 좀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실수들이 팍팍한 일상의 윤활유가 되어준다. 그 순간엔 당황스러워도 뒤돌아서 다시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엉뚱한 실수든, 진짜 기뻐할 일이든 내 하루하루에 웃을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국진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60대 젊은 할머니입니다. 웃음을 유발하는 작은 실수가 일상이지만 요즘에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손녀 덕분에 웃을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매일 독서와 산책을 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바랄 게 없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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